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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쌓이는 시간

caricter 2020. 9. 5. 17:56

요즘은 사진이 일과가 되었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사진 한 장 남기는 것이 엄청난 관계의 증명이자 수확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36년 전 사진을 찍어주었던 누군가가 섰을 그 자리에 서서 한 손에 사진을 들고 지금의 풍경과 선을 맞추어 사진을 찍었다. 오랜 세월이 손끝에서 만났다.

 

초년에 모셨던 부장은 친구 결혼식 흑백사진을 그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전해주었다는 전설이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느닷없이 과거로부터 온 선물을 받은 그 친구의 놀라움은 상상이 간다. 휴대폰으로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주는 즉물적 사진이 안겨주기 쉽지 않은 감동일 것이다.

 

객관은 엄중하고, 주관은 서럽다.

 

-조선일보 멀티미디어영상부 차장 허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