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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성
caricter
2020. 9. 6. 14:37
선수들에 대한 찬탄과는 별개로, 경기장이란 장소는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흥분을 유발합니다. 여기서 키워드는 바로 ‘장소성’이지요. 제 개인적인 괴벽이기는 하지만, 저는 낯선 도시에 가면 우선 택시를 잡아타고 그 도시의 주경기장부터 가봅니다. 시간이 없어서 안에 직접 들어가 보지 못할 때도 있지만, 밖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그 희열, 그 생명력, 그 장소가 분출하는 열정과 흥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지요.
개체가 그 특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 모여 또 다른 하나의 유기적 전체를 이루는 것이지요. 경기장에서 환상적인 플레이에 열광하는 관중의 일부로 참여할 때 제가 느끼는 희열이 바로 그것입니다. 좋아하는 선수 개인에 열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바로 경기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고유한 현상의 육체적 일부가 된 느낌인 것입니다.
-철학과 미학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서구 학계의 거장, 한스 굼브레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