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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아카이브 다큐멘터리

〈모던코리아〉의 가장 큰 특징은 KBS의 방대한 아카이브 자료를 활용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아카이브 다큐멘터리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직접 촬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일단 편했다.(웃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 입으로 직접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아카이브 다큐멘터리의 가장 큰 매력이다. 트위터에서 리트윗만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창작하지 않고 창작한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카이브의 개념 자체가 창작의 정의가 확장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과거의 것을 재배열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가는 창작 방식은 비단 영상뿐 아니라 문화계 전반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조금 비관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그 근간에는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이전 세기에 비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에너지가 부족해지면서 과거의 결과물을 들춰내고 거기에서 영감을 얻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차별화된 제작 방식을 생각한 계기가 있다면?

 

영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애덤 커티스Adam Curtis의 다큐멘터리들을 보면서 한국의 자료들로 그러한 유형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간접적으로는 스포츠국 PD로 근무하던 시절의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에 나는 ‘다시 보는 명경기’와 같은 종류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제작 과정에서 KBS가 소장하고 있는 자료 화면의 방대함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전혀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말이다.

 

〈모던코리아〉의 또 다른 특징은 내레이션이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내레이션의 공백은 디자이너 김기조가 만든 레터링 자막이 대체했다.

 

처음부터 ‘살아 있는’ 자료들을 많이 활용하려고 했기 때문에 내레이션을 삽입할 경우 역동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 자료 자체에서 전달되는 정보의 양이 워낙 많아서 내레이션을 끼워 넣을 공간도 없었고. 디자이너 김기조와는 2011년 작품 〈천하장사 만만세〉이후 꾸준히 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배경 음악은 DJ소울스케이프와 협업했다. 자막이나 음악 모두 창작자의 의견을 따르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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