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이미지의 가지각색 변주는 모두 원작 이상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프랑스의 설치 미술가 베르나르 프랑도 명화를 설치작품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꾸준히 선보인다. 그는 주제를 정한 후 우선 명화의 ‘부품’이 될 만한 물건을 모은다. 그리고 물건들을 나열해 작품을 만든다. 말하자면 원색의 플라스틱 물품이나 옷가지, 가구, 쓰레기 같은 잡다한 물건들이 물감을 대신하는 것이다. 보통 2차원의 그림이 3차원의 원근법을 담아내는 게 보통이지만 그는 3차원의 갖가지 물품들로 2차원의 그림을 재현한다. 물품의 크기를 반영해 원작보다 훨씬 거대한 크기로 제작되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단순한 모작처럼 보일 만큼 작업은 무척이나 세심하게 이뤄진다. 완성된 이미지는 익숙한 그림들이 대부분이다. 고흐의 자화상을 비롯해 밀레의 <만종>을 재해석한 작품도 있다. 베르나르 프라는 자신의 작품에 ‘인벤토리(inventory)’, 즉 ‘재고’라는 제목과 단순한 번호를 붙인다. 예술이라 소리 높여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일상용품을 나열해 놨을 뿐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태도가 매력적이다.
'A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Certificate of Authenticity (0) | 2020.09.11 |
---|